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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30 로베스피에르, 혁명의 탄생
Column/책이야기2007. 6. 3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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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이렇게 말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성가신 요정(妖精)들을 그들의 선한 의도와 함께 질식시켜 버리자.'
그래도 나의 견해는 그가 잘했다는 것이다. - 프라수아노엘 "그라쿠스" 바뵈프 ]



이전에 언급했던 문제적 인간 3종 세트의 두번째 평전을 완독했습니다.
요제프 괴벨스에 이어 이번에는 로베스피에르입니다.

1.
미리 이야기하고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장 마생은 로베스피에르 빠돌이입니다.
저자 자신도 노골적으로 자신의 그러한 특징을 드러내고 있으며
저서 전반에 걸쳐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습니다.
사실에대한 서술에마저도 자신의 가치 판단을 그대로 드러내는 스타일때문에
이 책만 읽고 로베스피에르라는 인물을 판단하기에는 절대로 무리가 있습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상당히 잘 쓰여졌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혁명기부터 공포정치의 끝무렵까지의 시대상은
난잡하다고 이야기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어지럽습니다.
정치의 큰 물결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데다가
당파싸움까지 합쳐지고 대외적으로는 전쟁이 끊이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과정을 배경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제가 읽어도
좀 힘들긴 했지만 이해가 가능하도록 서술했으니,
이건 진심으로 대단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3.
괴벨스편과 로베스피에르 편을 연달아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이 두 사람 모두 몽상가일 뿐, 리얼리스트가 못된다는 것입니다.
로베스피에르는 괴벨스와는 다른 의미로
뜨거운 심장을 가졌지만 차가운 머리를 가지지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장 마생의 서술에만 의지하자면, 순수한 너무나도 순수한 사람이었습니다.
민중의 자유, 민중의 승리만을 생각했고
그것을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의미로서 그것은 아무런 잘못이 아닙니다.
하지만 로베스피에르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따라서 혁명 정부에 참가한 모두가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순수성이 그를 끊임없는 정쟁으로 몰아갑니다.

4.
이 끊임없는 정쟁을 통해 로베스피에르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적을 숙청합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로베스피에르는 끊임없이 동료들과 함께 눈앞의 적을 격멸하고
그리고 동료와 의견의 충돌이 생기면 그 동료를 적으로 맞았습니다.
로베스피에르에게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로베스피에르가 변한 것도 아니고, 그의 동료가 변했기 때문도 아니며,
다만 서로가 방법론적인 부분에서, 그리고 어휘의 정의에서 차이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말하기에 따라서, 그것은 서로가 변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5.
로베스피에르는 연속되는 정쟁에서 계속 승리했고,
따라서 수많은 동료를 자기 손으로 단두대로 보내야 했습니다.
그 와중에서 자연적으로 늘어가는 것은 적이요, 줄어드는 것은 친구가 되었지요.
"독단적"이라는 평가를 듣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고,
심지어 "독재자"라는 이야기도 듣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그의 손으로 보낸 그의 동료들을 따라서 그도 단두대로 향합니다.

6.
로베스피에르가 끝까지 함께 가지고 갔던 것은 다만 그의 이상이었습니다.
그것에 비교하여 옳다고 판단되면
반대파의 일원이라도 위기에 처했을 때에 열성적으로 변호하였으며,
그에 비추어 보았을 때에 옳지 않다고 판단되면
함께 하던 동료도 위기로 몰아넣고 앞장서서 비난하였습니다.
그의 주변에 적만 늘어간 것은 이런 의미에서도 필연적인 귀결입니다.

7.
혁명 당시의 정부 운영은 지금의 우리의 눈으로 보기에는 불완전하기 그지 없습니다.
정치적인 파당은 서로가 서로를 단두대로 보내려고 혈안입니다.
여러번에 걸쳐 언급되는 "프레리알 22일의 법"은
신속한 집행을 위해 피고의 변호인 선임, 선결심문의 생략과
증인이 없는 상황에서의 판결을 인정한 기막히는 법안입니다.
경제적인 파탄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데에는 서툴기 그지 없고
더구나 그렇게 서툰 주제에 그것을 정치적인 방식으로 규제하려 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그들을 비난할 수 없는 것은
이들은 현재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접하고, 만들어야 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 한권 남았다고 생각할 즈음인데,
4권이 최근 발간되었더군요.
이 시리즈 한권 읽는데 한참 걸리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갈등입니다.
특히 로베스피에르편은 서술 방식이 정말 마음에 안들었어요.
어쨌든 사 놓은 것은 마무리 지어야 겠지요.
3권 네차예프에 돌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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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owad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