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책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09.02.23 상식 밖의 경제학
  2. 2009.02.04 식인과 제왕 2
  3. 2008.11.05 나쁜 사마리아인들 3
  4. 2007.11.27 위키노믹스
  5. 2007.08.03 전염병의 세계사 4
Column/책이야기2009. 2. 23. 16:54

그러나 인간은 표준경제학이론에서 전제하는 것과는 달리,
의사결정에서 그리 이성적이지 못하다.
다만 우리의 비이성적인 행동은 우발적이라든가 막연하지 않다.
그것은 체계적이며 예측가능하다.
우리 뇌는 기본적으로 그렇게 작동이 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똑같은 형태의 실수를 거듭 반복하게 마련이다(1판, p.328).


상식밖의 경제학입니다.

1.
전통 경제학의 몇가지 가정은
경제학자들에게는 골치거리로 남아있고
경제학을 비판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효과적인 약점으로 자주 이용되고 있지요.
경영학에서는 보통
1. Perfect Rationality
2. Free Transaction Cost
3. Sole Decision Maker
라는 가정들을 즐겨 공격하고는 하는데요,
이 책 역시 1번 가정에서 벗어나 있는
인간의 소비 형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
사람들의 소비 형태가 비이성적이라는 것을
총 13가지 챕터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걸 여기서 전부 나열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고
소비자의 소비 형태는 전혀 이성적이지 않고
그 틈을 잘 파고들면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정도가
이 책의 내용의 전부입니다.

3.
전체를 하나의 법칙에 집어넣어서 설명하고 있지는 않고요
엄청나게 많은 사례와 실험으로 논지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책은 전체적으로 통일되어있지 않고
다소 산만한 사례집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또한 흥미를 돋우는 글쓰기 방식에 워낙 집착하다보니
분명 이목을 끄는 효과는 있습니다만
깊이 있는 논의를 이끌어 내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느낌입니다.

4.
머리말을 살펴보시면
저자가 이렇게 서명해 놓은 것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의 비이성적인 벗 댄 애리얼리"
과연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을 믿을까요?
저는 믿는다는 데에 걸겠습니다.
왜냐하면 책 내용이 아니라 머리말이나 뒤적이고 있는 분이시라면
어느 정도 이 책이 마음에 들었고,
따라서 일정 정도 이상의 소유 의식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생겨나 있을 것이거든요.
소유의식이 비이성적인 집착을 이끌어 낸다는 것은
댄 애리얼리의 일곱번째 챕터에 언급되어 있는 법칙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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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owadays
Column/책이야기2009. 2. 4. 10:33

윌킨슨의 말을 빌린다면 이 모든 것은 팽창하는 사회가 부딪쳐야 했던
늘어나는 생산과정에서의 어려움들을
때맞추어 해결하기 위한 한 시도였다(1판, p.285).



자극적이기 이를데 없는 제목의 식인과 제왕입니다.
방학도 되었고 해서 쉬는 겸 잠깐 읽어본 책이었습니다.
한달 보름 이상 냅다 놀아제끼다보니
그래도 문자 사회와 완전히 결별해 버리면
그건 그거대로 좀 곤란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1.
제목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몹시 불만스럽습니다.
"식인"은 이 책에서 부차적인 소재로 다루어질 뿐입니다.
잊혀질만하면 한번씩 언급되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은 생산 양식의 변화를 촉발시키는
생식/생태/환경적 압력과 그에 대한 인간 공동체의 대응
그리고 그 대응이 가져오는 사회/문화적인
여러 부차적인 효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2.
"식인"에 대한 언급도 그 범위에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어느 사회에서는 때려죽여도 암소는 못먹는다고 말하고
어느 사회에서는 돼지고기를 대접하려하면 나를 때려죽이려 하며
어느 사회에서는 전쟁을 밥먹듯이 하고
어느 사회에서는 포로를 잡아먹기도 하는데
이게 결국 다함께 살자고 하다보니 하는 짓이다.
...이런 이야기 되겠습니다.


3.
그리고 그것을 설명하는 규칙이 생산 양식과
생식/생태/환경적 압력의 관계인데요,
인구가 많아지면
어느 순간부터 인간이 자연을 수탈하는 속도가
자연의 재생 속도를 넘어서면서 자원이 고갈되게 되는데,
그러면 인간은 효율이 극단적으로 하락한 기존의 생산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생산 방식으로 옮겨가게 된다는 거지요.
하지만 이 새로운 생산 방식은
직전의 상황과 비교하면 일시적으로 인간의 영양 상태를 회복시켜 주지만
장기적으로 인간에게 더욱 가혹한 비용 대비 성과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이 효율은 역시 자연이 고갈되어가면서 더욱 하락하고
인간은 또 새로운 생산 방식을 모색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생산에 필수적인 요소들을 보호하거나
번영에 해가 되는 동물들을 기르지 못하게 하거나 하려는 목적에서
가축들에 대한 터부 등의 문화도 생겨난다는 것이죠.
그러니 생산 양식이 변화하게 되면
이러한 터부도 퇴색하거나 변색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4.
극단적으로, 식인 문화를 언급하면서
이는 그 사회가 단백질을 섭취할 별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며
따라서 소를 사육하거나 집단으로 사냥을 나가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문화적인 양식이라고 주장합니다.
아즈텍과 같은 문화권은 가축화할 마땅한 동물이 없었기에
이러한 문화를 통해서 자기 공동체의 건강을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는 거지요.


5.
그 연장선상에서 저자는 현대 사회를 조명하고자 시도하고 있습니다.
산업 사회는 어느 시기까지는
이상의 공식이 정확히 맞아들어가는 사회였습니다.
공장의 라인은, 이제는 모두가 아는 흑역사에 의해 유지되었었습니다.
좁은 갱도와 작업공간에서도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어린 아이들이 노동력의 원천으로 선호되었고
이들은 그렇게 일하다가 폐결핵 따위로 죽어갔지요.


6.
이러한 생산 양식에 변화를 준 세가지 요인을 저자는
1. 연료혁명 2. 피임혁명 3. 직업혁명
으로 들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예전에 없을 만큼 효율적으로 연료를 사용했고
이러한 생산 방식이 예전에 없을 만큼 대규모로 이용되었기 때문에
예전에 없을 만큼 풍요로운 사회가 되었지만
동시에 예전에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자원을 소진하고 있기도 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이전과는 다르게 싸고 효과적인 피임 기구로
인구의 증가를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면서
이전까지의 인간 역사에서 생산 양식의 변화를 촉구하던
가장 강력한 요소였던 생식 압력에서
다소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산업 사회 이후로
가정은 더이상 작업장의 기능을 수행하지 않게 되었는데
이러한 변화는 자손 번식을 스스로 조절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으며
이 역시 공동체의 생식 압력을 덜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7.
그래서 이야기는 현대로 넘어옵니다.
생식 압력에서는 다소 자유로워졌지만
여전히 현대의 인간에게도 환경적인 압력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바로 석유 자원의 고갈이지요.
석유가 아닌 다른 대체 자원에 기반한
새로운 생산 방식으로의 이행이 성공적이지 못하다면
인류는 기아와 그로 인해 벌어진 전쟁으로 파멸해버린
마야 문명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길을 갈 것이라는 결론입니다.


8.
저자는 이 책에서 매우 방대한 분야의 이야기를
매우 효과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많은 실제 사례들이 그의 이론을 뒷바침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를 설명하는 그의 모습은
조금은 당황하는 일면이 보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분명히 이는 그의 이론에서 크게 어긋난 상황이니까요.
설득력있는 3가지 예외 요인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이 세가지가 어떤 규칙에 의거해서 통합된 것은 아니고
하나하나 주워섬겼다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9.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전해주는 메세지는
분명히 숙고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업 사회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면
새로운 사회 체제와 새로운 문화가 나타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라는 것이
아직 통일되어 있지도 않고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앞으로 우리에게 그런 선택지가 주어질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결정을 내리길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많은 차이가 있겠지요.


머리를 식힐 겸 읽었던 책 치고는 참 좋은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많은 내용을 이렇게 쉽게 읽히도록 쓴다는 것은
감탄스러운 기술임에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P.S.
첨부한 표지와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의 표지가 다릅니다.
아마도 판수가 다른 게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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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owadays
Column/책이야기2008. 11. 5. 15:44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가 여섯 살 먹은 아이를 노동 시장으로 몰아넣는다면
아이는 약삭빠른 구두닦이 소년이 될 수도 있고, 돈 잘버는 행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뇌수술 전문의나 핵물리학자가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최근 불온서적으로 분류되어 화제가 되고 있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입니다.


1.
우선, 모두들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책이 불온 서적...정말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단일한 의견, 단일한 사상, 단일한 체제는 없습니다.
자본주의에도 이런 자본주의, 저런 자본주의가 있고
장하준 교수가 주장하는 자본주의도 분명히 하나의 자본주의입니다.
이 책이 한낱 장대한 헛소리라면 그것은 잘 팔리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는 것이 시장입니다, 그 것을 믿는 것이 자본주의입니다.
이 책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만
이 책을 불온 서적으로 분류한 국방부는
자칭 보수 세력의 지지자라는 저로서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2.
우선 짚고 넘어갈 점은,
책 6쪽부터 7쪽에 있는 추천사들 중에서 제대로 된 것은
마틴 울프씨의 마지막 것 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대체 뭘 읽은거야.
장하준 교수는 결코 세계화의 이익을 부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보호무역을 효과적으로 구사함으로써
더 빠르게, 더 높은 수준의 경제 수준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현재의 개발도상국들은 이를 고려해야 한다,
정말로 개발도상국의 빈곤을 걱정한다면
WTO, IMF와 같은 세계 경제 기구는
이를 더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3.
장하준 교수의 폭넓은 지식은 자신의 주장을 잘 지지하고 있습니다.
유치 산업 육성을 위한 보호무역이라는 개념은
이 책 전반을 통해서 명료하게 그 효과를 드러냅니다.
수백년의 인류 역사를 넘나들면서
동시대를 비교하고 통시적으로 분석하는 장하준 교수의 주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반론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습니다.


4.
하지만 장하준 교수의 주장은 정적인 세계를 가정하고 있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장하준 교수는 세계 경제를 모양이 정해진 판게아이며
각 나라가 그 위에서 땅따먹기를 하고 있는 상황을 가정합니다.
한 나라가 높은 수준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시장을 빼앗아야만 하고
이미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국가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
개발 도상국에 신자유주의적인 질서를 강요하여
그들이 현재 위치에 머물도록 유도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계가 정해진 시장을 뺏고 빼앗기지 않으면 성장의 여지가 없는
그런 세계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의 세계는 정적이기 보다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가 생기고 사라지는
이전의 그 어느 때보다도 다이나믹한 경제라고 생각합니다.


5.
장하준 교수의 정적인 관점은 그가
개발도상국이 빈곤에서 최대한 빠르게 탈출하려면
요즘 세상에서라도 제조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분에서도 나타납니다.
그는 그 이유로서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신의 효과를 고려하기 보다는
현대 역사의 선진국들이 제조업 강국들이었다는 것을 들고 있는데
역시 이는 이제까지의 산업 시대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제를
장하준 교수가 가지고 있음을 뜻합니다.


6.
따라서 장하준 교수의 대안은 현실성을 지니지 못합니다.
그는 개발 도상국들에게 보호 무역을 실시하라고 권하고 있고,
이는 현실적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선진국들에게
사다리를 걷어차는 행동을 중지하기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근거는 상당히 약합니다.
교수님, 경제학자이시잖아요.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니 그들의 눈앞에 이익을 들이밀어 주셔야 합니다.


7.
마지막으로,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글은 치사합니다.
뭐, 모든 책이 그렇긴 하겠습니다마는
책에서 언급된 사실만을 가지고 사람들을 호도하고 있습니다[1].
대표적인 예는,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중국발 대공황입니다.
하지만 외환 시스템에 대해 조금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시나리오가 정말로 "현실에 확고하게 근거를 두고 있"는지를
의심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식의 글쓰기는 책 전반에 걸쳐 나타납니다.
어느 글쓰기가 그렇지 않겠습니까마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역시
논자에게 유리한 환경은 강조되고 유리하지 않은 환경은 숨겨집니다.
다만 논지가 이제까지 보통 논해지던 주장과는 정 반대의 방향이므로
이제까지 자세히 다뤄지지 않던 환경이 자세하게 다루어지고
심지어 없는 듯 그냥 넘어갔던 조건이 새로이 부각되기도 합니다.
그러한 점에서라면 분명히 이 글은 가치가 있습니다.


==========

[1] 시나리오는
2029년 중국이 위안화에 대한 평가 절상 압력에 굴복하고
이로써 중국의 경제가 침체, 중국 경제의 침체가
전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대공황이 유행하기 위한 조건은
이 대공황을 자동적으로 빠르게 퍼트리기 위한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중국은 그와 반대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환율을 외환 시장의 흐름에 맡기지 않고
매일 새로이 공시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합니다.
다시 말해서, 터무니없는 가격에 위안화 가격을 정하더라도
위안화는 그 가격에서 거래됩니다.
다만 거래량이 터무니없이 줄거나, 늘겠죠.
대공황은 따라서,
최소한 하루 이상 이 시스템에 의해서 확산이 막히고
이 시스템에 의해서 효과가 약해집니다.
극동아시아를 강타한 외환 위기 당시에 끄떡 없는 국가가 딱 하나 있었고
그 일등공신이 바로 이 시스템입니다.
당시, 중국은 위안화의 거래를 중지했고,
헤지 펀드들은 위안화를 거래하여 중국의 경제를 공격할 수 없었습니다.
중국은 자본주의를 보다 발전시키기 위해 이 시스템을 포기해야만 하고
이 때 일어날 혼란은 민주주의의 도입시 발생할 혼란과 함께
중국 자본주의 발전의 가장 큰 우려 요인중 하나로 꼽히고 있기도 합니다.

어쨌든, 따라서,
장하준 교수의 시나리오는 이러한 가정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은 20년 내에,
1. 일당독재는 유지하되 외환 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온다.
2. 그리고 그 변화를 안정 시킨다.
3. 동시에 능숙한 외환 관리로
   위안화를 낮은 상태로 유지하며 꾸준히 경제를 성장시킨다.
   - 이는 외환 관리 기술이 이미 그 사이에 습득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전에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음에도 말이지요.
4. 그리고 평가 절상 압력에 맞서 싸운다.
   - 이 역시 중국으로써는 생전 처음 해 보는 싸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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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owadays
Column/책이야기2007. 11. 27. 19:37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다 끝났군. 세상은 이제 변할 수밖에 없을 걸세 - 마이클 포웰 ]



위키노믹스입니다.


1.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경영학 관련 서적이나 트렌드 관련 서적은 잘 읽지 않는 편입니다.
그게, 수명이 짧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느닷없이 왜 이런 책을 집어들었느냐고 하시면
.
.
.
.
넵, 사람이 자기 현실이 관련되면 치졸해지는지라,
대학원 면접 대비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면접관으로 들어가시는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추천하셨던 책이었거든요.
결국 면접때 써먹지는 못했습니다만.
아마도 분명히 수명이 짧을 것입니다.
앞으로 수년 안에 이 책에 씌인 내용은 일반적인 것이 되겠지요.
그 사실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행운일테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행일 것입니다.


2.
위키노믹스는 웹 2.0에 기반한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사례를 통해서 집단적인 지성과 협엽의 활용이
현재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중앙집권적인 기구에 대해서
전면적인 승리를 거두고 사회를 재편할 것이라는 메시아적인 계시를 내립니다.
이 책 전체가 그 사례의 모음집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3.
웹 2.0 사회는 기업들에게 전혀 새로운 영업 모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정보의 공개가 요구되고 있고
이를 기업은 여러 전술적인 각도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여러 사례를 통해서 입증되고 있습니다.
이 책에 서술된 사례를 예로 들자면,
금광 회사인 골드코프는 회사의 지질학 정보를 무료 공개하고
광맥 발견과 관련된 논문을 공모하여 금을 채굴하고 있는데,
이는 R&D를 아웃소싱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 것입니다.
머크의 경우에는 자신들이 연구해 왔던 유전자 지도를 공개했는데,
이는 경쟁사의 유전자 지도에 관한 배타적인 지식 보유를 무력화하여
이를 이용한 독점적 시장 지배의 가능성을 근절하려는 의도였습니다.
보잉 787은 보잉이 비행기 디자인에 관한 정보와 기술을
부품 공급자에게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함께 디자인에 착수하여
훨씬 빠르고 저렴하게 항공기를 제작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4.
이 새로운 시대는 분명히
한 개인의 역량이 발휘될 수 있는 범위를 극단적으로 확장시킬 것입니다.
한 블로거는 이제 하나의 방송국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물론 광고를 통한 수입을 포함한 여러 부차적인 수입은
그의 통장으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집에 앉아서 컴퓨터를 두들기는 것만으로도
수면병을 치료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수만, 수십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자 동시에
그 사람의 가족을 먹여살리는 생계의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5.
그렇다면 이 새로운 물결에 대비하여 제시할만한
개인/기업의 생존 모델이 있는가?
위키노믹스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회피하고 있습니다.
메이저 블로거가 될 수도 없고, 전문적인 지식을 지닌 것도 아니며,
타고난 센스를 지는 것도 아니고, 번뜩이는 창조력을 자랑하는 것도 아닌,
모든 면에서 그저 그런 보통 사람들에게 웹 2.0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면 되는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습니다.
새로운 물결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을 뿐이니
그런 모델이 있을리 만무하다는 것은 정당한 변명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지구상에는 아직도 절반이 넘는 사람이
인터넷이라는 말을 들어보지도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개인의 영향력이 커지고, 이룰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는 것만으로
미래를 무턱대고 장미빛으로 묘사하는 입장은
다분히 무책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세계의 변화 추이를 좀 색다른 측면에서 분석한 책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가지가 설명 되니까요.
사례 자체도 흥미진진한 것이 많고,
그 하나하나가 그저 허무맹랑하고 우연적인 것이 아니라
가만 생각해보면 말이 되는 내용이기에
이마를 탁! 치며 아, 왜 그걸 몰랐지, 하는 경우도 많아서
의외로 극적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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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책이야기2007. 8. 3. 06:22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그렇다 하더라도 인간의 삶은 병원균의 미시 기생과
대형 포식동물 - 대표적인 예는 다른 집단의 인간이다 - 의 거시 기생 사이에서
불안정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전염병의 세계사입니다.


1.
예전에 제레드 다이아몬드 선생의 "총, 균, 쇠"를 읽다가
아메리카 인디언을 몰살시킨 것이
스페인 인이 아니라 천연두였다는 이야기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요,
이 책은 온통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전염병이라는 것을 인간 역사에 지속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친 요소로 파악하고
확대 해석한다고까지 느껴질 정도로 여러가지 현상을 전염병과 연관시키고 있습니다.


2.
저자는 인간 사회를
"미시 기생"과 "거시 기생", 그리고 "숙주"의 상관 관계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시 기생"이란 여러가지 전염병의 병원균이라든지 원충이 일으키는 현상이고요,
"거시 기생"이란 놀고먹는 지배 계층이라든지
비생산적인 일에 종사하면서 사회에서 연명하는 무리들의 행동을 뜻합니다.
그리고 "숙주"란 미시 기생체와 거시기생체에게 뜯어먹히는 보통 사람들이죠.
이 요소들을 어떻게 연관시키느냐하면
거시 기생체의 지나친 학정은 숙주의 영양상태 악화에 따른 저항력 약화를 불러오고
동시에 숙주의 위생 상태에도 영향을 미침으로써
미시 기생체가 크게 번성할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며,
미시 기생체에 괴멸적인 타격을 입은 숙주들은
거시 기생체에게 이전 만큼의 자원을 공급해주지 못하게 된다...는 식인거죠.


3.
하지만 역시 이런 분석이 제시될 때마다
뭔가 괴변에 시달리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거시 기생에 관한 부분보다는 미시 기생에 할애한 분량이 압도적으로 많았기에
이런 느낌은 더 심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4.
상당히 흥미로운 접근이고, 새로운 접근입니다.
읽다보면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몽골족의 번성이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의 가장 큰 요인이라던지
슬라브족이 중앙 아시아 쪽으로 세력을 넓혀 나갈 때
그 지역에 이전에 살던 유목민들은 어디로 갔는가에 대한
섬뜩한 가설을 내 놓는 부분등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제법 비범한 책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미시 기생과 거시 기생을 이야기할 때는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싶었습니다만
이제는 이런 해석도 가능하구나...하면서 신기해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곳에 오는 14시간의 비행의 벗이 되어주었다는 의미에서
제게는 상당히 고마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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