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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책이야기2007. 7. 1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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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순간에도 난 네가 내가 아는 어떤 러시아인보다도
러시아 혁명 운동에 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사명의식을 지니고 있다고 확신한다.
물론 네가 러시아와 해외에서 활동하는 방식을 완전히 고치기를 바라고
또한 고칠수 있다는 전제 아래서 그렇지만. - 미하엘 알렉산드로비치 바쿠닌 ]



문제적 인간 3종 세트를 드디어 다 읽었습니다.
독파...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많이 부족하겠지요.
이해 못한 부분이 엄청나게 많을 테니까요;;
하여튼, 이번에는 세르게이 네차예프입니다.

1.
로베스피에르편의 저자가 워낙 마음에 안들었기 때문인지
네차예프편의 저자 역시 대단히 편향적인 자세로 서술하고 있지만
그렇게 눈에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역시 그 당시에 너무 싫었던 건 글쓴이의 입장보다 글쓰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네요.

2.
네차예프는 제대로 나쁜놈입니다. 그냥 나쁜놈이에요.
하지만 의미심장한 나쁜놈입니다.
러시아에서 공산 혁명이 일어나기 조금 전에 태어나
결국 혁명을 보지 못하고 보루에서 유폐된 채 죽었는데요,
일생 내내 혁명가의 딱지를 스스로 붙이고 살면서
혁명이라는 현상을 자신의 욕망 충족을 위해 이용했던 사람입니다.
네차예프 자신은 뛰어난 선천적/후천적 재능이 있었고,
어느정도의 운도 꾸준히 따랐습니다.
다만 문제가 된 것은 그의 가치관 이었죠.

3.
네차예프는 이제까지의 "문제적 인간"들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는 도리어 철저한 현실주의자였습니다.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제껏 자신이 고수해왔던 신념을 미련없이 포기하기도 하고
심지어 그를 따라주었던 동지들을 속이고 이용하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습니다.

4.
그런데 문제는 그가 그렇게 무모하게 추구하던 이상이
내부적인 모순을 끌어안고 있고, 보기에 따라서는
그의 심리적 욕망의 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민중의 혁명을 바라면서도
그들이 자신의 말에 맹목적으로 따르기를 바랬습니다.
동지들이 자신을 믿어주기를 바랬으면서도
자신은 언제나 동지를 이용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지요.
때문에 그의 사회주의적 이상은 어딘가 뒤틀려있고 모호했습니다.
그것은 그가 젊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이해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 단계를 거쳐 가지만
누구나 그 단계에서 사람을 죽이고 동료를 팔아먹지는 않거든요.

5.
네차예프의 "목표는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행동 방식,
러시아인들의 말로는 "네차예프시나"의 폐해는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자잘한 편지 따위를 훔치고, 그것으로 반협박성 편지를 보내
혁명자금 - 동시에 그의 생활비이기도 합니다만 - 을 요구하거나
혁명적 행동을 요구하는 일은 그의 일상사였습니다.
자기자신을 영웅화하기위해 거짓된 소문들을 양산하는 일도 자주 했는데
그 소문의 규모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큰 것들이었죠.
그 중에서 "네차예프의 위원회"라는 존재하지 않는 집단은
네차예프가 망명 생활에서 동지들을 끌어 모으고 혁명 자금을 조달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6.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적으로 수단을 정당화 하는 데에
네차예프만큼 철저하지 못하고, 잔인하지 못합니다.
때문에 그런 사람들의 사례만 보아서는
그 가치관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주기에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네차예프의 일생을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웠고, 유익했습니다.
그의 일생 전체가 하나의 잘 만들어진 실험이라고 할까요.
사람이 이쪽 극단으로 치달으면 어떻게 되나를 볼 수 있었다는 겁니다.



마침 시간에 맞추어서 주문했던 다른 책들이 도착해 주었습니다.
4권이요??
스탈린 편이던데...그건 잠시 좀 미뤄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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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owad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