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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03 전염병의 세계사 4
Column/책이야기2007. 8. 3.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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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하더라도 인간의 삶은 병원균의 미시 기생과
대형 포식동물 - 대표적인 예는 다른 집단의 인간이다 - 의 거시 기생 사이에서
불안정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전염병의 세계사입니다.


1.
예전에 제레드 다이아몬드 선생의 "총, 균, 쇠"를 읽다가
아메리카 인디언을 몰살시킨 것이
스페인 인이 아니라 천연두였다는 이야기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요,
이 책은 온통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전염병이라는 것을 인간 역사에 지속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친 요소로 파악하고
확대 해석한다고까지 느껴질 정도로 여러가지 현상을 전염병과 연관시키고 있습니다.


2.
저자는 인간 사회를
"미시 기생"과 "거시 기생", 그리고 "숙주"의 상관 관계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시 기생"이란 여러가지 전염병의 병원균이라든지 원충이 일으키는 현상이고요,
"거시 기생"이란 놀고먹는 지배 계층이라든지
비생산적인 일에 종사하면서 사회에서 연명하는 무리들의 행동을 뜻합니다.
그리고 "숙주"란 미시 기생체와 거시기생체에게 뜯어먹히는 보통 사람들이죠.
이 요소들을 어떻게 연관시키느냐하면
거시 기생체의 지나친 학정은 숙주의 영양상태 악화에 따른 저항력 약화를 불러오고
동시에 숙주의 위생 상태에도 영향을 미침으로써
미시 기생체가 크게 번성할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며,
미시 기생체에 괴멸적인 타격을 입은 숙주들은
거시 기생체에게 이전 만큼의 자원을 공급해주지 못하게 된다...는 식인거죠.


3.
하지만 역시 이런 분석이 제시될 때마다
뭔가 괴변에 시달리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거시 기생에 관한 부분보다는 미시 기생에 할애한 분량이 압도적으로 많았기에
이런 느낌은 더 심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4.
상당히 흥미로운 접근이고, 새로운 접근입니다.
읽다보면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몽골족의 번성이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의 가장 큰 요인이라던지
슬라브족이 중앙 아시아 쪽으로 세력을 넓혀 나갈 때
그 지역에 이전에 살던 유목민들은 어디로 갔는가에 대한
섬뜩한 가설을 내 놓는 부분등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제법 비범한 책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미시 기생과 거시 기생을 이야기할 때는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싶었습니다만
이제는 이런 해석도 가능하구나...하면서 신기해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곳에 오는 14시간의 비행의 벗이 되어주었다는 의미에서
제게는 상당히 고마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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