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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05 나쁜 사마리아인들 3
Column/책이야기2008. 11. 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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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섯 살 먹은 아이를 노동 시장으로 몰아넣는다면
아이는 약삭빠른 구두닦이 소년이 될 수도 있고, 돈 잘버는 행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뇌수술 전문의나 핵물리학자가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최근 불온서적으로 분류되어 화제가 되고 있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입니다.


1.
우선, 모두들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책이 불온 서적...정말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단일한 의견, 단일한 사상, 단일한 체제는 없습니다.
자본주의에도 이런 자본주의, 저런 자본주의가 있고
장하준 교수가 주장하는 자본주의도 분명히 하나의 자본주의입니다.
이 책이 한낱 장대한 헛소리라면 그것은 잘 팔리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는 것이 시장입니다, 그 것을 믿는 것이 자본주의입니다.
이 책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만
이 책을 불온 서적으로 분류한 국방부는
자칭 보수 세력의 지지자라는 저로서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2.
우선 짚고 넘어갈 점은,
책 6쪽부터 7쪽에 있는 추천사들 중에서 제대로 된 것은
마틴 울프씨의 마지막 것 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대체 뭘 읽은거야.
장하준 교수는 결코 세계화의 이익을 부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보호무역을 효과적으로 구사함으로써
더 빠르게, 더 높은 수준의 경제 수준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현재의 개발도상국들은 이를 고려해야 한다,
정말로 개발도상국의 빈곤을 걱정한다면
WTO, IMF와 같은 세계 경제 기구는
이를 더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3.
장하준 교수의 폭넓은 지식은 자신의 주장을 잘 지지하고 있습니다.
유치 산업 육성을 위한 보호무역이라는 개념은
이 책 전반을 통해서 명료하게 그 효과를 드러냅니다.
수백년의 인류 역사를 넘나들면서
동시대를 비교하고 통시적으로 분석하는 장하준 교수의 주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반론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습니다.


4.
하지만 장하준 교수의 주장은 정적인 세계를 가정하고 있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장하준 교수는 세계 경제를 모양이 정해진 판게아이며
각 나라가 그 위에서 땅따먹기를 하고 있는 상황을 가정합니다.
한 나라가 높은 수준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시장을 빼앗아야만 하고
이미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국가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
개발 도상국에 신자유주의적인 질서를 강요하여
그들이 현재 위치에 머물도록 유도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계가 정해진 시장을 뺏고 빼앗기지 않으면 성장의 여지가 없는
그런 세계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의 세계는 정적이기 보다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가 생기고 사라지는
이전의 그 어느 때보다도 다이나믹한 경제라고 생각합니다.


5.
장하준 교수의 정적인 관점은 그가
개발도상국이 빈곤에서 최대한 빠르게 탈출하려면
요즘 세상에서라도 제조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분에서도 나타납니다.
그는 그 이유로서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신의 효과를 고려하기 보다는
현대 역사의 선진국들이 제조업 강국들이었다는 것을 들고 있는데
역시 이는 이제까지의 산업 시대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제를
장하준 교수가 가지고 있음을 뜻합니다.


6.
따라서 장하준 교수의 대안은 현실성을 지니지 못합니다.
그는 개발 도상국들에게 보호 무역을 실시하라고 권하고 있고,
이는 현실적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선진국들에게
사다리를 걷어차는 행동을 중지하기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근거는 상당히 약합니다.
교수님, 경제학자이시잖아요.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니 그들의 눈앞에 이익을 들이밀어 주셔야 합니다.


7.
마지막으로,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글은 치사합니다.
뭐, 모든 책이 그렇긴 하겠습니다마는
책에서 언급된 사실만을 가지고 사람들을 호도하고 있습니다[1].
대표적인 예는,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중국발 대공황입니다.
하지만 외환 시스템에 대해 조금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시나리오가 정말로 "현실에 확고하게 근거를 두고 있"는지를
의심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식의 글쓰기는 책 전반에 걸쳐 나타납니다.
어느 글쓰기가 그렇지 않겠습니까마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역시
논자에게 유리한 환경은 강조되고 유리하지 않은 환경은 숨겨집니다.
다만 논지가 이제까지 보통 논해지던 주장과는 정 반대의 방향이므로
이제까지 자세히 다뤄지지 않던 환경이 자세하게 다루어지고
심지어 없는 듯 그냥 넘어갔던 조건이 새로이 부각되기도 합니다.
그러한 점에서라면 분명히 이 글은 가치가 있습니다.


==========

[1] 시나리오는
2029년 중국이 위안화에 대한 평가 절상 압력에 굴복하고
이로써 중국의 경제가 침체, 중국 경제의 침체가
전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대공황이 유행하기 위한 조건은
이 대공황을 자동적으로 빠르게 퍼트리기 위한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중국은 그와 반대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환율을 외환 시장의 흐름에 맡기지 않고
매일 새로이 공시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합니다.
다시 말해서, 터무니없는 가격에 위안화 가격을 정하더라도
위안화는 그 가격에서 거래됩니다.
다만 거래량이 터무니없이 줄거나, 늘겠죠.
대공황은 따라서,
최소한 하루 이상 이 시스템에 의해서 확산이 막히고
이 시스템에 의해서 효과가 약해집니다.
극동아시아를 강타한 외환 위기 당시에 끄떡 없는 국가가 딱 하나 있었고
그 일등공신이 바로 이 시스템입니다.
당시, 중국은 위안화의 거래를 중지했고,
헤지 펀드들은 위안화를 거래하여 중국의 경제를 공격할 수 없었습니다.
중국은 자본주의를 보다 발전시키기 위해 이 시스템을 포기해야만 하고
이 때 일어날 혼란은 민주주의의 도입시 발생할 혼란과 함께
중국 자본주의 발전의 가장 큰 우려 요인중 하나로 꼽히고 있기도 합니다.

어쨌든, 따라서,
장하준 교수의 시나리오는 이러한 가정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은 20년 내에,
1. 일당독재는 유지하되 외환 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온다.
2. 그리고 그 변화를 안정 시킨다.
3. 동시에 능숙한 외환 관리로
   위안화를 낮은 상태로 유지하며 꾸준히 경제를 성장시킨다.
   - 이는 외환 관리 기술이 이미 그 사이에 습득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전에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음에도 말이지요.
4. 그리고 평가 절상 압력에 맞서 싸운다.
   - 이 역시 중국으로써는 생전 처음 해 보는 싸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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