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하던 방에 꽃이 생겼습니다.
왜 갑자기 요상한 식생을 들여왔느냐고 하시면...
그게, 오늘이 원래 제대로 전교 졸업식이라...
물론, 제가 제 돈 주고 산 건 아닙니다.
그럴리 만무하죠.
누군가 저를 챙겨 준 것도 아닙니다.
그럴리 만무...이건 좀 슬프군요.
어쨌든,
졸업하는 제 동기가 졸업을 축하받으며 받은 꽃을
졸업 축하한다는 의미로 제게 주었습니다.
여러가지 복잡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꽃입니다.
...네,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요.
"이거 들고 은행 들어가기 정말 좀 그렇단 말야.
부탁이야, 네가 좀 가져가 줘"
...라고 마지막에 울며불며 제게 떠맡겼던 것은
아마 그 녀석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들만큼
복잡한 의미의 꽃이었기 때문이었겠지요.
하여튼 꽂아둘 꽃병도 없고,
벽에 걸어두고 말리자니 부스럭부스럭 부서져서
나중에 청소하기 귀찮을 것 같고
그냥 내다 버리자니 나름 생물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받지를 않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