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08'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07.02 [Euro2008] 스페인 vs 독일
  2. 2008.06.27 [Euro2008] 러시아 vs 스페인 2
  3. 2007.11.23 [Euro2008] 잉글랜드 vs 크로아티아
Enjoyment/축구이야기2008. 7. 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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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 스페인! ]


결승치고는 다소 일방적인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결승 다운 긴박한 느낌은 전반 30분이 지나면서 이미 사라졌고요,
후반에 들어서서는 마치 스페인팀이 공격 훈련을 벌이는 것 같은 양상이었지요.

쿠라니가 투입되면서 조금 살아났던 독일의 분위기는
고메즈가 투입되면서 다시 가라앉았고요,
결국 발락의 저주는 스페인의 저주를 제압했습니다.

스페인의 1:0 승리.
토레스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때리고서도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독일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패배를 당한 셈입니다.

애초에 예상했던 경기의 양상은
장신 축구와 테크닉 축구, 공중볼 축구와 땅볼 축구의 대결이었습니다만
늙은 여우 아라고네스는 호남 감독 뢰브를
자신의 페이스로 끌어들이는 데에 성공했고,
독일 선수들은 스페인 선수들보다 치밀하지 못한 조직력으로,
스페인과 비슷한 스타일의 축구를 시도했습니다.
결과는 공간으로 패스하는 스페인과 선수에게 패스하는 독일의 싸움이 되었고
발도 몸도 날래지 못한 독일팀의 패배로 연결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패인은 분명히 토레스를 쫓아가지 못한 독일 수비진의 느린 발에 있었고,
뢰브 감독은 이에 대해서 그럴듯하게 변명할 거리를 만들어 두어야 할 것입니다.
토레스의 원톱 포메이션은 아라고네스에게 숨길 수 있는 선택이 아니었고
뢰브감독은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울 충분한 시간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경기 당일 독일의 중앙 수비는 메첼더와 메르테자커가 책임지게 되었고
이들은 토레스를 상대하기에는 너무도 느렸습니다.
전반 33분의 골 이전에도 여러번의 찬스를 토레스에게 내주는 모습이 보였으니
뢰브 감독은 일찌기 발빠른 수브수를 투입하던가
수비라인을 최대한 뒤로 빼던가 뭔가 조치를 취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뢰브 감독은 손놓고 구경하는 모습이었지요.
감독이라기보다는 독일 팬의 모습이었습니다.
미들필드에서의 제공력이 탁월한 상황이었던만큼
굳이 컴팩트 사커를 고집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느린 수비라인을 불필요하게 바짝 끌어 올린 것이 독일의 가장 큰 패인이었습니다.

뢰브 감독의 교체 카드 사용 역시 썩 훌륭한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첫번째 카드의 사용은 람과 얀센의 교체였습니다.
토레스의 첫 골을 람의 실책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은데요
그 때에 이미 뢰브 감독은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문제는 메르테자커와 메첼더가 토레스의 발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었지
사이드백의 수비 가담이 느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버래핑은 사이드백의 중요한 임무중 하나고
상대가 역습에 임했을 때 사이드백은 가능한한 빨리 자신의 자리를 메워야 하지만
일차적으로 그 자리에서 상대를 스토핑하는 임무는
수비형 미들필더와 중앙 수비수의 몫입니다.
따라서 첫 골은 프링스, 힛첼슈페르거, 메첼더, 메르테자커의 탓이 되었어야 맞습니다.
개인적으로 메첼더, 혹은 메르테자커중 한명과 얀센을 교체하고
프리드리히를 중앙 수비수로 기용했어야 한다는 쪽입니다.
스페인에는 장신의 선수가 한명도 없었고
그런 만큼 독일이 굳이 장신의 수비수를 고집해야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사이드 백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주력을 가진 프리드리히라면
메첼더와 메르테자커처럼 토레스를 손놓고 바라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독일 팀의 강점은 피지컬에 있었습니다.
미들 필드에서의 공중 볼 경합은 스페인이 상대가 되지 않았고요
볼을 땅에서 굴리고 있을 때에도 스페인 선수들은
독일 선수의 몸에 닿았다 하면 나동그라지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졌습니다.
문제는 그 부분을 독일이 살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독일에게는 가능한한 볼을 공중에 띄우고, 크로스 빈도를 높이고,
무턱대고 양쪽 날개로 쭉쭉 밀어주는 플레이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독일 팀은 볼을 굴리고, 스루 패스 빈도를 높이고,
조심조심 경기장 중앙의 선수에게 볼을 돌리는 플레이를 했습니다.
중앙 성향의 미들 필더를 잔뜩 투입한 스페인은
당연히 경기장 중앙에 빽빽히 선수가 들어찬 형국이었고
독일 선수의 발을 떠난 볼은 스페인 선수의 발을 만나기 일쑤였습니다.
그리고 사비, 파브레가스 등의 발을 거쳐 토레스에게 공간 패스, 토레스의 뜀박질.
전형적인 스페인의 역습이 시작되는 것이었죠.

길게 패인 분석을 해 보았습니다만,
어쨌든 이번 승리는 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아라고네스가 뢰브를 이렇게 농락할 줄은 몰랐거든요.



스페인

사비의 진가가 발휘된 경기였습니다.
경기장을 가로지르는 그의 패스는 독일의 약점을 치명적으로 파고 들었습니다.
수비에서도, 공격에서도 그 날 최고의 활약을 벌인 선수는 사비가 아닐까 합니다.

진가를 보여준 또다른 선수는 뿌욜이었습니다.
역시 땅볼로는 그를 당해낼 도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마르셰나와 뿌욜의 라인은 제공권 면에서 조금 걱정을 했었는데,
뭐, 독일이 그렇게 나오질 않았으니 기우였던 모양입니다.

이니에스타는 의문의 여지 없이 윙어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이전까지는 이니에스타가 중앙 미들필더라는 인식이 강했는데요,
이번 유로 2008에서 보여준 드리블은 이미 화려한 윙어의 그것이었습니다.
...좀 너무 접는 감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합니다만.

라모스가 올라가니 실바는 마음 놓고 휘젓고 다니고
후반에는 카솔라까지 좌우로 흔들어 대고.
독일 수비진들은 정신 없었을 것입니다.

세나는 러시아전에서 만큼 뛰어난 활약은 아니었다고 생각되고요,
파브레가스, 사비알론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실 그런 면에서는 실바도 그렇고요.
카시야스는 뛰어난 활약이 아니었다기보다, 활약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독일

힛첼슈페르거가 필드에 나와 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한 30분은 걸렸던 듯 합니다.
물론 그 이후에 다시 잊어버렸지만요.
Sky Spoorts의 한줄 감상은 인상적입니다: Anonymous

슈바인 슈타이거의 프리킥은
모 관객에 의하면 오늘의 주요한 패인중 하나였다고까지 불렸습니다.
제대로 꽃히는 걸 못보았습니다.
번번히 그가 나서는 걸로 보아 분명히 전담 키커였던 모양인데
덕분에 막판에는 프링스에게 밀려나는 굴욕적인 모습까지.

쿠라니는 교체 초반에는 인상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들어오면서 독일팀이 크로스를 날리기 시작했거든요.
뿌욜-마르셰나 라인을 상대로 쿠라니-클로제 라인이
압도적인 제공권을 바탕으로 공격을 시작했다는 것이죠.
애초에 이렇게 경기를 풀어 나갔어야 했습니다.
다만 이 분위기는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는데요,
클로제를 대신하여 유로2008 공인 불발탄 마리오 고메스가 경기장에 들어섰거든요.

고메스는 파울 할 때, 오프사이드할 때 빼고는 보이지 않았고요,
그가 들어서면서부터 쿠라니는 마구마구 파울을 늘려나갔습니다.
본격적으로 축구가 유치해 진 시점은 이 때부터지요.

다만 오늘 빛났던 선수는 레만이었습니다.
초반에 독일 선수 발 맞고 굴절된 슈팅을 펀칭해내는 묘기를 보이더니
그 묘기 대행진은 이번 경기 내내 지속되었습니다.
비록 한 골을 내주기는 했습니다만
그것이 한 골로 끝난 데에는 레만의 활약이 컸다고 생각됩니다.



스카이 스포츠 평점

스카이 스포츠의 평점은 다으모가 같았습니다.

독일:
레만[GK]-6,
메첼더[DF]-5,  메르테자커[DF]-5, 람[DF]-5, 프리드리히[DF]-5,
프링스[MF]-6, 힛첼슈페르거[MF]-, 발락[MF]-6, 슈바인슈타이거[MF]-6, 포돌스키[MF]-6,
클로제[FW]-5,
SUB: 얀센[DF]-5, 쿠라니[FW]-4, 고메스[FW]-5

스페인:
카시야스[GK]-,
뿌욜[DF]-7, 마르체나[DF]-7, 라모스[DF]-7, 카프데비야[DF]-6,
세나[MF]-7, 사비[MF]-9, 파브레가스[MF]-7, 이니에스타[MF]-8, 실바[MF]-6,
토레스[FW]-8,
SUB: 알론소[MF]-7, 로드리게스[MF]-7, 구이사[FW]-7



하이라이트 동영상 첨부합니다.
빨간 색이 스페인, 흰 색이 독일입니다.

[Flash] http://serviceapi.nmv.naver.com/flash/NFPlayer.swf?vid=09B475272D06C2C82B161E8A535FC500A8C3&outKey=V12101a53adfdb572ab0d3a50a37b41bcd2c7870d257e7d303a723a50a37b41bcd2c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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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둥번개가 치는 결전의 날 ]


간만에 본 경기였습니다.
새벽 늦게 부터 아침까지 하는 경기였습니다만
마법사 히딩크 감독님의 버퍼를 먹고 연전연승한다는 러시아의 소문이
도저히 경기를 보지 않을 수 없게 하더군요.

거의 올스타 팀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스페인 팀과
마법의 힘을 빌어 돌풍의 주인공이 된 러시아의 대결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스페인의 3:0 완승으로 끝났습니다.
히딩크 감독님은 팀이 4강까지가면 엠에 다하여 매직을 쓸 수 없다 하더니
과연 그러한 듯 합니다.


러시아

오늘의 러시아는 두 팀이었습니다.
전반의 러시아는 돌풍의 주인공 다웠고
후반의 러시아는 3:0 패배를 당해 싼 모습이었습니다.

우선 콜로딘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좀 많이 아쉬웠습니다.
소문으로 듣기를 그의 중거리 슛은
타이 파이터의 레이져와 같은 곡선을 그린다고 하던데.

올 Euro2008 최대의 승리자 중 한 명인 아르샤빈은
오늘 경기 내내 보이지 않았습니다.
스페인에서도 세나가 거의 보이지 않았던 걸로 보아
아마도 세나가 아르샤빈을 들이받고 자폭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어쨌든, 그것은 러시아의 패배에 매우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세나가 없는 스페인과 아르샤빈이 없는 러시아의 대결은
세나가 있는 스페인과 아르샤빈이 있는 러시아의 대결에 비해서
훨씬 결과를 예상하기 쉽겠지요.

러시아의 또다른 주인공 파블류첸코는
골결정력만 빼면 정상급 선수라고들 하던데
과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활동량은 흠잡을 데 없었고요,
공중볼에 약한 대신 몸싸움에 능한 스페인의 수비수들을 상대로
전방에서 공을 잡지 않고 빠르게 돌려주고
대신 공중 볼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욕심을 내는 모습은
정석적이지는 않지만 훌륭한 장신 포스트 플레이의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전반 중반 그에게 주어진 완벽한 찬스를 날려버린 것은
파블류첸코의 골결정력에 대한 악명을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한 그것이었습니다..
절묘하게 아웃사이드로 비껴차서 위험지역에서 걷어내는 그의 슈팅은
몸싸움 벌이다가 넘어진 스페인 수비수가 무안할 지경의 수비적 재능이었습니다.
스트라이커가 상대편 골문 앞에서 발휘해서는 안될 재능이지요.

지르코프는 오늘 빛을 발한 몇 안되는 러시아 선수 중 한명이었습니다.
세나와 밀월 여행을 떠난 아르샤빈이라든지
다 된 밥에 코 떨구기를 수 차 반복한 파블류첸코에 비해서
패스해야 할 때에 패스하고 돌파해야 할 때에 돌파하는 그의 모습은
후반에도 아직 러시아가 죽지는 않았다는 것을
스페인 팀에게 틈틈이 되새기게 하였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가 없었더라면 팀으로서는
스페인을 방심시킬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그나셰비치와 베레주츠키의 수비 라인은 괜찮았습니다.
비록 세 골이나 내어주기는 했지만
그들은 러시아의 미들 라인만큼 존재감이 없지도 않았고
공격진만큼 허탈한 플레이를 펼친 것도 아니었습니다.
전반에는 준결승에 올라온 팀다운 수비력을 보여주었고
후반에도 열심히 뛰어서 여러 찬스를 막아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킨페예프의 활약은 놀라웠습니다.
그가 없었다면 러시아는 세골 정도 더 내어주었을 지도 모릅니다.
EPL 득점 랭킹 2위의 토레스는 그의 선방에 몇번 혀를 내두른 이후부터는
한낱 우스꽝스러운 댄서가 되어버렸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트라이커중 하나인 비야는
그의 선방을 뚫어보려다가 스스로 자신의 무릎을 다쳤습니다.
전반에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었던 라모스도,
종횡으로 러시아를 위협하던 실바도
아킨페예프의 앞에서 한숨을 쉬고 머리를 감싸쥐어야 했습니다.



스페인

세르히오 라모스는 전반 최고의 선수였습니다.
후반에는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이었지만
전반에는 중앙 수비, 우측 수비, 우측 공격까지 혼자서 담당하는
일인 삼역의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는 측면 수비자원으로 출전해서 마르셰나나 푸욜이 감당할 수 없는
제공권에 대한 수비까지 담당하며 훌륭하게 활약했습니다.
다만 그냥 슛은 좀 그만 했으면.

비야는 솔직히 실망이었고요.
그런 식으로 나가버릴 줄은 몰랐어요.
어쨌든 그의 부상이 경기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소였다고 생각하기는 합니다.
히딩크로서도 다비드 비야와 같은 자원을 포함하지 않은
스페인 팀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고요,
더구나 구이자와 같은 선수를 벤치에 남겨둔 채 원톱 포메이션으로 전환할 것은
더더욱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았습니다.
아라고네스 감독도 준비시키던 파브레가스를 그런 식으로 투입하여
토레스 원톱 포메이션으로 쓸 생각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부상은 아마도 경기 전체에 영향을 미친 예상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고
그 예상할 수 없는 변수는 선제골을 유도하면서 경기를 결정지어 버렸습니다.

비야의 부상이라는 변수에 가장 빠르게 적응한 선수는 이니에스타였습니다.
그는 경기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선수였습니다.
첫 골을 어시스트 했고, 둘째 골을 이끌어 내었습니다.
모두 그가 아니라면 풀어낼 수 없는 플레이들이었습니다.
그는 마치 경기 전체를 머릿속에 넣고 있는 것 뿐만이 아니라
모든 자기편 선수들을 살피면서 신호를 주고받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파브레가스는 한풀이 했지요.
그는 남은 두 개의 골을 어시스트 했습니다.
우선 활동량이 많았고요,
그것은 미들필더에게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덕목 중 하나입니다.
그의 발을 떠나 공격수 앞에 착하게 멈춰서는 볼은
러시아 선수들로서는 알아도 막을 수 없는 변고였을 것입니다.

오늘 단연 최고의 활동량을 보인 선수는 실바였지요.
덕분에 골도 기록했고요.
비록 그의 활동량이 그리 경제적이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겠습니다만
90분을 그렇게 뛰어다닌다는 것은
엄청난 능력이라고 밖에는 이야기 할 수 없겠지요.
그는 좌, 우, 중앙까지 닥치는 대로 러시아 진영을 헤집고 다녔고
뛰어난 돌파도 여러번 보여주었습니다.

토레스는 아킨페예프에게 말렸고요.
간혹 공격수와 시청자 간에는 특별한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토레스 선수의 경우가 특히 그렇습니다.
토레스 선수는 EPL에서 득점 랭킹 2위에 오를 정도로 많은 골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는 언제나 한 골도 넣지 못했어요.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고요.
춤에 재능은 있어 보입니다.

세나는 오늘 좀처럼 보기 힘든 선수였습니다만
그것이 그의 활약을 도리어 반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라고네스 감독은 세나를 아르샤빈을 게임에서 지워버리기 위한 지우개로 사용했고
세나는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습니다.
스페인 승리의 토대는 세나가 닦았다고 생각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카시야스는 좀처럼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습니다.
러시아의 이 날 게임에서의 유효슈팅은 단 두개였습니다.
전반에 파블류첸코가 위협적인 감아 찬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요
후반 끝무렵에 지근거리에서 헤딩을 성공시켰습니다.
카시야스는 모두 막아내었고요.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반응 속도였습니다.
단 두 번의 선방만을 보여주었지만
그 두가지는 그가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한명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게 만들만한 것들이었습니다.

푸욜과 마르셰나의 수비는 괜찮았습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역시 그들의 제공력입니다.
그들은 이미 이 경기에서 파블류첸코와 같은 거구의 짐승같은 스트라이커에게는
여러번의 찬스를 내어줄 수 있다는 약점을 노출했고요
이제 그들이 상대해야 할 팀은 파블류첸코의 러시아가 아니라
클로제를 앞세운 독일이라는 것입니다.
감히 예상하자면 다음 경기는 스페인에게는 좀 힘들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스카이 스포츠 평점

스카이 스포츠의 평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러시아:
아킨페예프[GK]-6,
아니유코프[DF]-5, 베레주츠키[DF]-7, 이그나셰비치[DF]-6, 지르코프[DF]-6,
세막[MF]-6, 셈쇼프[MF]-5, 사엔코[MF]-5, 지리아노프[MF]-6,
아르샤빈[FW]-5, 파블류첸코[FW]-6,
SUB: 비얄레트디노프[MF]-5, 시체프[FW]-6

스페인:
카시야스[GK]-7,
푸욜[DF]-8, 카프데비아[DF]-7, 마르셰나[DF]-7, 라모스[DF]-8,
이니에스타[MF]-7, 사비[MF]-9, 세나[MF]-8, 실바[MF]-7,
비야[FW]-6, 토레스[FW]-7,
SUB: 알론소[MF}-7, 파브레가스[MF]-8, 구이사[FW]-5



하이라이트 동영상 첨부합니다.
빨간 유니폼이 러시아, 노란 유니폼이 스페인입니다.

[Flash] http://video.mgoon.com/1591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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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owadays
Enjoyment/축구이야기2007. 11. 2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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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까지만 해도 경기를 보는 사람들의 3/4은 다른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다.]


히딩크 아저씨는 자신의 운을 시험하는 데에 재미가 들린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에는 거함 잉글랜드가
그 희생양이 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게 되었습니다.

웸블리 구장에서 벌어진 잉글랜드와 크로아티아의 경기,
결론은 아시다시피 3:2, 크로아티아의 승리.


크로아티아[A]

크로아티아의 이번 승리의 원인은 크게 두가지,
히딩크 아저씨의 운빨과 잉글랜드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이었습니다.
크로아티아가 못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단지, 이겨 마땅할 경기 내용도 아니었다고 생각된다는 겁니다.

사실 초반 10분의 니코 크라니차르의 중거리 슈팅은
잉글랜드의 칼슨 골키퍼의 실책으로 인한 득점이었고요,
막판의 페트리치 선수의 득점 역시 중거리 슛에 이은 것.
다 실바 선수의 스루패스에 이은 올리치의 마무리는
멋지다는 한마디 말로는 부족할 작품이었지만
그렇다고 골 하나가 2점, 3점짜리인 것은 아니죠.

잉글랜드와 언제나 상성이 안좋은 동유럽 축구의 특징은
키플레이어에 대한 비중이 높지 않고,
전체적인 팀워크가 잘 맞아 들어간다는 데에 있습니다.
따라서 지친 선수를 교체해 주면 팀이 확 살아나는데요,
오늘도 그런 면모는 확실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후반 들어서의 크로아티아의 역습 전개는 소름끼칠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다만 마무리가 조금 아쉬웠지요.


잉글랜드[H]

예전에 잉글랜드 U18 이야기 할 때도 잠깐 언급했습니다만
잉글랜드는 키플레이어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습니다.
이번 경기에서의 잉글랜드는 다수의 키플레이어가 부상으로 결장했고요,
키플레이어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라고는
절망 궁합의 대명사 제라드와 람파드 정도가 남아있는 수준이었는데요,
배리 선수의 백업이 있었음에도 두 선수가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크로아티아의 집중 견제가 제대로 먹혀 들었기 때문이었겠지요.

썩어도 준치라고, 베컴은 베컴이더군요.
전 사실 스탠딩 윙어라는 특수한 플레이 스타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요,
몇몇 분들은 아시겠지만 SWP에 대한 집착적인 애정을 품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WP를 대신하여 후반에 투입된 베컴은
자기 몫 이상을 충분히 해 주었습니다.
스탠딩 윙어 개념의 창시자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많이 뛰고, 열심히 뛰는 모습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크로스란...
크라우치 선수에게 연결되어 동점골을 만들어냈던 그 크로스는
베컴이 아니면 누구에게 가능한 것일까요.



하이라이트 동영상 첨부합니다.
역시 축구 중계는 영국 영어가 맛깔나는군요.

[Flash] http://serviceapi.nmv.naver.com/flash/NFPlayer.swf?vid=705AD81A5C25B6B3400C6CB5DA0B1E6165A6&outKey=407a3a20523f10e0e6e54c58197df2ad1e1030dce32e6b4b7fade2bd5fa39f2159ccb40d6b3034f9f35c825d76498052




크로아티아의 둘째 골은 루카 토니가 아닌 니콜라 올리치입니다.
자막이 잘못 나오는군요.


마지막으로 뻘소리 한마디.
멕클라렌 감독은 경질되기 전에 물이나 실컷 먹고 가자고 생각한 것 같더군요.

뻘소리 두마디.
이번 경기 최고의 승리자는 데이비드 베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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