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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24 애플은 아직도 10년은 더 싸울 수 있다. 4
Column/시대유감2013. 4. 24. 16:24

얼마 전 친구와 술먹다가 나온 이야기입니다.


잡스가 죽으면 애플이 히트상품 못낼 줄 알았죠? 그럴지도 몰라요.

잡스가 죽으면 애플이 바로 망할 줄 알았죠? 그건 아닐거에요.


왜냐하면 아이튠즈는 닫힌 생태계거든요. 애플이 모든 것을 완전히 컨트롤하고 있는 닫힌 생태계.


안드로이드를 먼저 볼까요? 거긴 열린 생태계에요. OS가 무료로 배포되고, 어플리케이션 개발 툴도 무료에요. 누구나 어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고, 그것을 팔 수 있어요. 어플리케이션은 복수로 여러 마켓에 올라갈 수 있고, 이곳 저곳에서 동시에 거래될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대단히 역동적이고 자연스러운 생태계...


...인 것 같죠?

뉴스 한번 틀어 보세요. 오늘도 스마트폰을 잘못 써서 돈을 잃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여럿 있어요. 원치않는 어플이 깔리고 개인 정보가 새어나가요. 전부 안드로이드 OS에요. 안드로이드 OS가 공개되어있고 개발툴이 무료인 이상 OS로 장난치고 개발툴로 보안 약점을 공격하는 데에 위험이 전혀 없고 비용도 전혀 들지 않거든요.


다시 애플 이야기로 돌아가볼까요. 사실 돌아갈 것도 없어요. 무슨 이야기할 지는 다 알고 계시죠. 아이튠즈의 생태계는 애플에게 허용받은 이들만이 거래할 수 있는 생태계에요. 애플의 OS는 함부로 배포가 안되고, 개발 툴은 개발자로 등록한 뒤에야 나오는 데다가 돈도 내야하죠. 거기에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되려면 애플 당사에서 행하는 보안 검사를 또 통과해야해요. 애플의 보안 검사를 통과할만한 기술을 가지고, 돈을 내면서 애플 개발 툴을 구입해서, 자기 개인 정보까지 훤히 알고있는 애플을 상대로 장난질을 할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요. 애플의 기술력이 아니라 애플의 생태계가 애플의 상품 보안을 강화하는 겁니다.


안드로이드 기반에서 돌아가는 어플리케이션의 숫자는 애플의 아이튠즈와 겨룰 수 있는 수준으로 올랐고, 일부에서는 이를 초과했다고도 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지인들에게 안드로이드 기반의 다른 스마트폰보다 아이폰을 추천하는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습니다. 이는 특히 자신의 스마트폰을 잘 이해하고 있지 않은 보통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파워 유저에게는 그게 그거에요. 최소한 자기가 뭘 하면 위험하다는 걸 알고만 있어도 안드로이드가 갖는 보안상의 위험은 많이 줄어듭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거에요. PC가 일상화된지 얼마나 되었나요? 그런데 아직도 웹브라우저에 쓸데없는 툴바 대여섯개씩 들여놓고 계신 분들 얼마나 많나요. 그런데 그 분들 스마트폰 다 하나씩 들고 계시죠? PC 없는 분도 스마트폰 들고 계실 거에요. 일반 대중에게 어필할 수 없으면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어요 - 특히 대기업은.


이런 우위가 오래가지는 못할 거에요. 만약 애플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 vs MS의 수십년에 걸친 경쟁과 동일한 모습을 띄어 갈 것입니다. 애플의 아이튠즈에서 오는 우위는 딱 스마트폰용 백신이 일반화될 때까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여러분의 컴퓨터에 바이러스와 악성 코드를 막아주는 백신이 작동하고 있듯이, 그렇게 작동하는 백신이 개발되고, 또 각자의 PC에 백신 하나 정도는 구비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듯이 각자의 스마트폰에 백신을 하나 정도 구비하고 수시로 작동시키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그런 때가 올 때까지는 애플의 우위가 지속될 것입니다. 애플이 손 놓고 있어도 말이죠. 하지만 정말로 손놓고 있다가는 그 이후에는 쏟아지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어플리케이션과 퍼져나가는 안드로이드 스탠다드에 파묻혀 질식해갈 뿐이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잡스 이 사람 참 대단해요. 애플이 기술력이 아니라 생태계로 보안을 강화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이건 순전히 잡스 아저씨의 발명품입니다. 애플의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기업의 생존을 위한 도전은 다시 언제나의 그 문제이겠네요 - 어떻게 잡스를 뛰어넘을 것이냐.



Posted by nowad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