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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시대유감2009. 2. 9. 13:39


한 때는 생산적 취미활동에 대한 열풍이 반도를 휩쓸었지요.
한편 요즘 들어서는 이 개념에 대한 회의론도 점점 강해지고 있는 듯 합니다.
이번에는 이와 관련한 생각을 단상을 조금 늘어놓아 보려고 합니다.

우선은 이 생산적 취미활동이라는 것이
어떻게 정의되는 지를 살펴보고
그 단어가 어째서 어불성설인지를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단어의 형성 배경에 대한 조사를 통해
생산적 취미활동이라는 말에 숨어있는 비참한 현실을
조금 생각해 보면서 이 포스팅을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1. 생산적 취미활동의 정의.

이 포스팅을 준비하면서 적지않이 놀랐던 점은
생산적 취미활동이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를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미디어 게시글이나 블로그 등에서 이어질 글을 위해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도로 정의해 두는 경우는 있었지만
공신력있는 기관이나 집단에서 발표하여 참고로 삼을 수 있을만한
그러한 정의는 눈에 띄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더 깊이 들어갈 것도 없이 이것 만으로도 충분히
생산적 취미활동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뭔데?" 하고 정색하고 물으면
"이러이러한 것 아닐까?"하는 대답밖에 얻을 수 없다는 이야기일테니까요.

그렇다면 어딘가에 다른 정의가 있는 것을 아닐까 싶어
제가 아는 한도 내의 언어로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生産的な趣味活動, 生産的 趣味活動 두 검색 단어에 걸린 사이트는 전무했고요
Productive leisure에 대한 Google 검색은 몇몇 결과를 물어다 주었지만
이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생산적 취미활동의 범주
- 이조차도 매우 모호하고 통일되어 있지 않지만 - 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Physical, Social leisure activity와 구별되는 개념이었습니다(1).
한편 Wikipedia에서는 Hobby의 한가지로 Creative Hobbies가 있는데
이 쪽이 차라리 우리가 알고 있는 생산적 취미활동
많이 비슷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만
우리가 알고있는 범주보다는 많이 좁은 느낌이었습니다.
Wikipedia의 정의에 의한 Creative Hobbies는
어떤 종류의 생산물을 얻어내는 취미로써
목공예, 사진 및 영화 촬영, 보석공예, 악기 연주, S/W 제작 등등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2).

이로써 유추할 수 있는 일차적인 결론은 이러합니다:
생산적 취미활동이 미스테리다.


2. 생산적 취미활동의 추정.

사전적인 정의를 찾을 수 없다면
개개의 단어의 의미에서 유추해 볼 수 밖에 없겠습니다.
생산적이라는 단어에 대한 고려는 이전 포스팅에서 찾을 수 있고요,
결론은 생산적인지 아닌지는 결과를 보아야 판단할 수 있는 것이지
결과가 나타나기 전에 판단할 수는 없는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취미활동이 생산적이려면
(A)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생산물을 생산하는 취미활동이거나
(B) 생산물이 우연의 결과이며 결과론적인 부산물

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A)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일찌기 마크 트웨인은 다음과 같은 말로써
보상과 즐거움에 관한 함수 관계를 표현한 바 있습니다:
영국에는 4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여름내내 20-30마일을 달리는 부유한 신사들이 있다.
이런 특권을 누리려면 돈이 꽤 든다.
그런데 돈을 받고 그 짓을 하려는 순간
그것은 일이 되어 그들은 그만두고 말 것이다.

남는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 취미활동을 하려 하는데
사전에 철저한 계획을 세워 부산물의 가치를 계산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즐거운 일이 될지언정,
더이상 취미활동이라 부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B)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이는 사람이 사전에 준비한다고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성냥개비로 거북선을 만드는 사람은
방송을 타기 전에는 대대적인 삽질러에 불과하였으며
만약 방송을 타지 못했다면 여전히 그러하였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생산적인 취미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이러면 복잡한 문제가 됩니다.
방송을 탔기 때문에 이슈가 되었고,
약간의 수입도 올릴 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는 생산적인 취미라고 불러야 하겠지만
이는 다분히 결과론적이고, 행운에 기댄 측면이 큽니다.
만약 방송을 타지 못했다면
그것은 거추장스럽고 비용이 많이 들 뿐인
소비적인 취미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제작자에게 있어 이 행동의 취미로서의 가치는
여전히 상당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취미로서의 가치이므로,
소비적인 취미에서도 동일하게 찾을 수 있는 가치입니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생산적인 취미 활동이란 어불성설이다.


3. 생산적 취미활동에 대한 집착

그렇다면 우리는 왜 취미 활동에
생산적이라는 특징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일까요.

여가 활동을 통해 소득을 올리려는 경향은
근래에 한국이 경험했던 최대의 경제위기를 통해 활성화 되었습니다.
1997년도의 경제 위기는 서민층에 전반적인 수입의 감소를 강제했고
사람들은 이러한 수입의 감소를 부업을 통해 메우려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취미를 사업으로 전환시키는 기회를 찾아낸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중 일부는 독특한 아이템과 취미에 대한 열정을 결부시켜
괄목할만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3).
그 와중에 환금 가능한 취미에 대한 동경이 생겨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생산적 취미 활동에 대한 이 시대의 집착을 설명하는 제 생각입니다.

정리하자면,
생산적 취미 활동이라는 개념에 대한 집착은
경제 위기를 맞아 실질 임금이 감소하는 서민층이
필사적으로 경제적 돌파구를 찾아나가는 와중에서 형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개념의 가정은,
보상을 바라고 계획한 여가가 여전히 즐거울 것이라는 예상과
일부의 결과론적인 성공을
철저한 사전 계획과 자기 개조로 달성할 수 있다는 것
정도 될 것 같습니다.


4. 생산적 취미활동에 대한 비판 및 과제.

우선 생산적 취미활동의 개념이 바탕하고 있는 이상의 두 가정은
모두 매우 취약해 보입니다.
그리고 생산적 취미 활동이란
매우 허약한 두가지 가정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일 것입니다.
취미활동이 생산적이라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바람직한 것이고
그 반대쪽 극한에 소비적인 취미활동이 있다는 관점은
크고작은 무수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하겠습니다.
취미활동의 생산성에 대한 집착은
더이상 취미활동을 취미활동이 아니게 할 수 있으며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경우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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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tthew Nitia, Keng-Bee Yapa, Ee-Heok Kuaa, Chay-Hoon Tana and Tze-Pin Ng, 2008, 'Physical, social and productive leisure activities, cognitive decline and interaction with APOE-ε4 genotype in Chinese older adults', International Psychogeriatrics (2008), 20 : 237-251 Cambridge University Press.
(2) Wikipedia, 2008, Keyword: Hobby. URL: http://en.wikipedia.org/wiki/Hobby
(3) 이경희, 2005, '[창업]솜씨창업 인기몰이', 한겨레 이코노미 21, 11월 14일.
Posted by nowad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