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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02 [Euro2008] 스페인 vs 독일
Enjoyment/축구이야기2008. 7. 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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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 스페인! ]


결승치고는 다소 일방적인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결승 다운 긴박한 느낌은 전반 30분이 지나면서 이미 사라졌고요,
후반에 들어서서는 마치 스페인팀이 공격 훈련을 벌이는 것 같은 양상이었지요.

쿠라니가 투입되면서 조금 살아났던 독일의 분위기는
고메즈가 투입되면서 다시 가라앉았고요,
결국 발락의 저주는 스페인의 저주를 제압했습니다.

스페인의 1:0 승리.
토레스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때리고서도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독일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패배를 당한 셈입니다.

애초에 예상했던 경기의 양상은
장신 축구와 테크닉 축구, 공중볼 축구와 땅볼 축구의 대결이었습니다만
늙은 여우 아라고네스는 호남 감독 뢰브를
자신의 페이스로 끌어들이는 데에 성공했고,
독일 선수들은 스페인 선수들보다 치밀하지 못한 조직력으로,
스페인과 비슷한 스타일의 축구를 시도했습니다.
결과는 공간으로 패스하는 스페인과 선수에게 패스하는 독일의 싸움이 되었고
발도 몸도 날래지 못한 독일팀의 패배로 연결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패인은 분명히 토레스를 쫓아가지 못한 독일 수비진의 느린 발에 있었고,
뢰브 감독은 이에 대해서 그럴듯하게 변명할 거리를 만들어 두어야 할 것입니다.
토레스의 원톱 포메이션은 아라고네스에게 숨길 수 있는 선택이 아니었고
뢰브감독은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울 충분한 시간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경기 당일 독일의 중앙 수비는 메첼더와 메르테자커가 책임지게 되었고
이들은 토레스를 상대하기에는 너무도 느렸습니다.
전반 33분의 골 이전에도 여러번의 찬스를 토레스에게 내주는 모습이 보였으니
뢰브 감독은 일찌기 발빠른 수브수를 투입하던가
수비라인을 최대한 뒤로 빼던가 뭔가 조치를 취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뢰브 감독은 손놓고 구경하는 모습이었지요.
감독이라기보다는 독일 팬의 모습이었습니다.
미들필드에서의 제공력이 탁월한 상황이었던만큼
굳이 컴팩트 사커를 고집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느린 수비라인을 불필요하게 바짝 끌어 올린 것이 독일의 가장 큰 패인이었습니다.

뢰브 감독의 교체 카드 사용 역시 썩 훌륭한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첫번째 카드의 사용은 람과 얀센의 교체였습니다.
토레스의 첫 골을 람의 실책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은데요
그 때에 이미 뢰브 감독은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문제는 메르테자커와 메첼더가 토레스의 발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었지
사이드백의 수비 가담이 느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버래핑은 사이드백의 중요한 임무중 하나고
상대가 역습에 임했을 때 사이드백은 가능한한 빨리 자신의 자리를 메워야 하지만
일차적으로 그 자리에서 상대를 스토핑하는 임무는
수비형 미들필더와 중앙 수비수의 몫입니다.
따라서 첫 골은 프링스, 힛첼슈페르거, 메첼더, 메르테자커의 탓이 되었어야 맞습니다.
개인적으로 메첼더, 혹은 메르테자커중 한명과 얀센을 교체하고
프리드리히를 중앙 수비수로 기용했어야 한다는 쪽입니다.
스페인에는 장신의 선수가 한명도 없었고
그런 만큼 독일이 굳이 장신의 수비수를 고집해야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사이드 백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주력을 가진 프리드리히라면
메첼더와 메르테자커처럼 토레스를 손놓고 바라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독일 팀의 강점은 피지컬에 있었습니다.
미들 필드에서의 공중 볼 경합은 스페인이 상대가 되지 않았고요
볼을 땅에서 굴리고 있을 때에도 스페인 선수들은
독일 선수의 몸에 닿았다 하면 나동그라지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졌습니다.
문제는 그 부분을 독일이 살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독일에게는 가능한한 볼을 공중에 띄우고, 크로스 빈도를 높이고,
무턱대고 양쪽 날개로 쭉쭉 밀어주는 플레이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독일 팀은 볼을 굴리고, 스루 패스 빈도를 높이고,
조심조심 경기장 중앙의 선수에게 볼을 돌리는 플레이를 했습니다.
중앙 성향의 미들 필더를 잔뜩 투입한 스페인은
당연히 경기장 중앙에 빽빽히 선수가 들어찬 형국이었고
독일 선수의 발을 떠난 볼은 스페인 선수의 발을 만나기 일쑤였습니다.
그리고 사비, 파브레가스 등의 발을 거쳐 토레스에게 공간 패스, 토레스의 뜀박질.
전형적인 스페인의 역습이 시작되는 것이었죠.

길게 패인 분석을 해 보았습니다만,
어쨌든 이번 승리는 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아라고네스가 뢰브를 이렇게 농락할 줄은 몰랐거든요.



스페인

사비의 진가가 발휘된 경기였습니다.
경기장을 가로지르는 그의 패스는 독일의 약점을 치명적으로 파고 들었습니다.
수비에서도, 공격에서도 그 날 최고의 활약을 벌인 선수는 사비가 아닐까 합니다.

진가를 보여준 또다른 선수는 뿌욜이었습니다.
역시 땅볼로는 그를 당해낼 도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마르셰나와 뿌욜의 라인은 제공권 면에서 조금 걱정을 했었는데,
뭐, 독일이 그렇게 나오질 않았으니 기우였던 모양입니다.

이니에스타는 의문의 여지 없이 윙어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이전까지는 이니에스타가 중앙 미들필더라는 인식이 강했는데요,
이번 유로 2008에서 보여준 드리블은 이미 화려한 윙어의 그것이었습니다.
...좀 너무 접는 감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합니다만.

라모스가 올라가니 실바는 마음 놓고 휘젓고 다니고
후반에는 카솔라까지 좌우로 흔들어 대고.
독일 수비진들은 정신 없었을 것입니다.

세나는 러시아전에서 만큼 뛰어난 활약은 아니었다고 생각되고요,
파브레가스, 사비알론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실 그런 면에서는 실바도 그렇고요.
카시야스는 뛰어난 활약이 아니었다기보다, 활약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독일

힛첼슈페르거가 필드에 나와 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한 30분은 걸렸던 듯 합니다.
물론 그 이후에 다시 잊어버렸지만요.
Sky Spoorts의 한줄 감상은 인상적입니다: Anonymous

슈바인 슈타이거의 프리킥은
모 관객에 의하면 오늘의 주요한 패인중 하나였다고까지 불렸습니다.
제대로 꽃히는 걸 못보았습니다.
번번히 그가 나서는 걸로 보아 분명히 전담 키커였던 모양인데
덕분에 막판에는 프링스에게 밀려나는 굴욕적인 모습까지.

쿠라니는 교체 초반에는 인상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들어오면서 독일팀이 크로스를 날리기 시작했거든요.
뿌욜-마르셰나 라인을 상대로 쿠라니-클로제 라인이
압도적인 제공권을 바탕으로 공격을 시작했다는 것이죠.
애초에 이렇게 경기를 풀어 나갔어야 했습니다.
다만 이 분위기는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는데요,
클로제를 대신하여 유로2008 공인 불발탄 마리오 고메스가 경기장에 들어섰거든요.

고메스는 파울 할 때, 오프사이드할 때 빼고는 보이지 않았고요,
그가 들어서면서부터 쿠라니는 마구마구 파울을 늘려나갔습니다.
본격적으로 축구가 유치해 진 시점은 이 때부터지요.

다만 오늘 빛났던 선수는 레만이었습니다.
초반에 독일 선수 발 맞고 굴절된 슈팅을 펀칭해내는 묘기를 보이더니
그 묘기 대행진은 이번 경기 내내 지속되었습니다.
비록 한 골을 내주기는 했습니다만
그것이 한 골로 끝난 데에는 레만의 활약이 컸다고 생각됩니다.



스카이 스포츠 평점

스카이 스포츠의 평점은 다으모가 같았습니다.

독일:
레만[GK]-6,
메첼더[DF]-5,  메르테자커[DF]-5, 람[DF]-5, 프리드리히[DF]-5,
프링스[MF]-6, 힛첼슈페르거[MF]-, 발락[MF]-6, 슈바인슈타이거[MF]-6, 포돌스키[MF]-6,
클로제[FW]-5,
SUB: 얀센[DF]-5, 쿠라니[FW]-4, 고메스[FW]-5

스페인:
카시야스[GK]-,
뿌욜[DF]-7, 마르체나[DF]-7, 라모스[DF]-7, 카프데비야[DF]-6,
세나[MF]-7, 사비[MF]-9, 파브레가스[MF]-7, 이니에스타[MF]-8, 실바[MF]-6,
토레스[FW]-8,
SUB: 알론소[MF]-7, 로드리게스[MF]-7, 구이사[FW]-7



하이라이트 동영상 첨부합니다.
빨간 색이 스페인, 흰 색이 독일입니다.

[Flash] http://serviceapi.nmv.naver.com/flash/NFPlayer.swf?vid=09B475272D06C2C82B161E8A535FC500A8C3&outKey=V12101a53adfdb572ab0d3a50a37b41bcd2c7870d257e7d303a723a50a37b41bcd2c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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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owadays